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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태, 고문
Case Western U. 철학과 주임 교수

 

 

 

 

갑자기 누가 네가 누구냐?고 물으면 쉽게 대답하기 어려움은 할 대답이 없어서 보다 많은 가능한 대답들 중에서 어느 것이 적합한지 알지 못해서 일 수 있다.

 

그 물음을 가장 근본적인 철학적 또는 신학적 관점에서 해석한다면 전지하신 하나님이 우리들 하나하나를 어떻게 묘사하시는가, 즉 우리들 각자에 대한 신학적 및 형이상학적 서술(narrative)이 무엇인가 하는 물음이다.

 

18세기 독일 철학자 라이프니츠(Leibniz)는 전지하신 하나님의 마음속에 개체 하나하나를 완전히 정의하는 개체개념(individual concept)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인식 기능이 한정된 우리 인간들이 자기의 정체성을 완전히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우리들은 複數의 단편적인 정체성들을 가지고 산다. 우리들이 의식하는 많은 정체성들 중에서 어떤 것이 주어진 상황에 합당한 것인 가하는 윤리적 문제에 자주 봉착한다.

 

우리가 소홀히 할 수 없는 정체성들이 상충하여 그중의 어떤 것을 선택하드라도 비극을 빚어내는 딜레마가 흔히 전설과 연극과 소설의 소재가 된다.

 

고대 희랍의 悲劇作歌 Sophocles의 작품 안티고네 (Antigone) 에서는 주인공 안티고네가 숙부인 국왕에 대해 반역죄를 범하고 전쟁에서 살해된 오라버니의 시체를 매장하지 말고 들에서 썩게 노아 두라는 국왕의 명령을 거역하고 그의 시체를 매장시킨 죄에 대한 벌로 밀폐된 동굴 속에 가쳐 죽는다.

 

안티고네는 그가 처한 상황에서 왕의 명령을 수행해야 하는 신하의 정체성과 천륜을 지켜야하는 여동생의 정체성 사이에서 후자를 선택함으로써 비극을 초래한 것이다.

 

지금 이북에서 이남으로 탈출하는 동포들 중에는 아마 공산주의자의 정체성을 버리고 韓民族으로서의 정체성을 선택하는 이들이 있을 것이다.

 

미국에서 탄생한 미국시민이면서도 극단 주의적 回敎 사상에 물들어 對美 暴徒로 훈련을 받았다가 적발되어 체포되는 사람들은 그들의 종교적 정체성을 절대화하고 모든 다른 정체성들을 무시한 사람들이다.

前 한국시민, 現 미국시민 또는 거류인, 韓民族의 일원, 아세아인, 황인종, 세계인, 기독교인, 불교인 또는 무종교인, 의사, 변호사, 교수, 목사, 실업가 등의 정체성들이 우리들의 실존상황에서 相衝(상충)될 확률이 높다.

 

정체성에 마다 그 정체성을 지닌 사람이 가진 역사적 문화적 속성, 그가 지킬 윤리적 규범, 그가 지향할 가치체계가 함축되어있으며 정체성의 선택은 자기 삶의 모양새를 꾸미는 심각한 일이다.

 

정체성들의 최대 조화를 시도하는 것이 지성인의 태도이지만 그러한 조화를 성공적으로 이룰 수 있다는 보장은 없고 결국 조만간 선택과 책임의 부담이 필요하리라고 생각하는 것이 지혜로울 게다.

우리들이 무슨 정체성을 가지고 어떤 목적과 가치를 실현하려고 한인회를 조직하여 시간과 재물과 노력을 獻納하는가를 성찰할 필요가 있다.

 

새 해에는 한인회원들이 그들의 정체성과 그 조직체의 근본적 존재이유 사이에 있는 관계를 반성 규명 천명하고 앞으로 그 조직체를 발전시킬 방향을 확정하고 집단적 노력을 모아보는 생산적인 때가 되기를 바라는 바이다.